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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호스님 ─흰 보자기와 검정 보자기
글쓴이 : 용화사 날짜 : 2018-02-18 (일) 02:25 조회 : 87

흰 보자기와 검정 보자기

                        -월호스님-



국사암 입구에 조성된 쌍계연지(雙溪蓮池)에는
요즈음 연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연못을 반으로 나누어 백련과 홍련이
서로 아름다움을 경쟁이라도 하는 듯 다투어
꽃을 피워내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는 홍련이 훨씬 많이 열리더니 금년에는 백련이 우세하다. 
홍련은 분홍빛깔이 화사하기 그지없고,
백련은 우아한 기품을 자랑한다.
향기 또한 일품이라 연못가에 서 있기만 해도
그윽한 연꽃향이 자욱하게 몸에 스며든다. 
연꽃 향을 맡다보니 다음과 같은 일화가 떠오른다.

한 불자가 연못가에서 연꽃 향에 취해 있었다.
그때 홀연 연못 안에서 한 노인이 솟아올라 그를 향해 외쳤다.
“이 도둑놈아, 썩 꺼지거라.” 
“아니, 나는 연꽃을 꺾지도 않았는데 어찌 도둑이라 하십니까?”
“제 것이 아닌 연꽃의 향기에 그토록 탐닉하고 있으니
향기를 도둑질 한 것이 아니냐?” 

그 때 갑자기 험상궂은 사나이가 연못 속으로 들어가
연꽃은 물론이고
줄기와 뿌리까지 한 다발이나 꺾어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노인은 멀거니 쳐다보기만 할 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의아히 여긴 불자가 말을 던졌다.
“아니 영감님, 아까는 향기만 조금 맡았는데도 도둑놈 취급을 하더니,
왜 저 사람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겁니까?” 

노인이 대답했다.
“세간의 소인배는 악업에 몸을 담고 살고 있지만,
그대는 불자가 아닌가?
흰 보자기에는 작은 티끌하나만 있어도 표가 나는 법일세.” 

불교에 입문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5계를 지켜야한다.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남의 것을 훔치지 않겠습니다.
삿된 음행하지 않겠습니다.
거짓말하지 않겠습니다.
술 마시지 않겠습니다.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5계를 제대로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현대생활에서는
이러한 다섯 가지 계율을 경직되게 지키다보면
왕따라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지킬 수 없는 계는 받을 수 없다고 하여,
유보하고 있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티끌이 붙더라도 마음을 일단
흰 보자기처럼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나을 것인가,
아니면 티끌이 안 보이도록 계속
검정 보자기를 지키고 있는 것이 나을 것인가?
당연히 전자를 택해야 할 것이다. 

비록 어길 때 어기더라도, 일단
계를 받아서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다보면
흰 보자기가 되는 것이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 계를 어길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불교용어로는 개차법(開遮)이라 한다.
경우에 따라 열고 닫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연다는 것은 계를 어긴다는 의미요,
닫는다는 것은 굳게 지킨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토끼 한 마리가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달아났다 하자.
잠시 후 사냥꾼이 쫓아와서 물었다.
“토끼가 어느 쪽으로 도망갔습니까?” 
정직하게 왼편으로 달아났다 하면 토끼가 죽을 것이고,
그렇지 않고 오른편으로 달아났다고 하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 된다.
이런 경우에는 거짓말을 하더라도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 옳다. 

하지만 생명을 버리고라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될 경우도 있다.
특히 공부를 완성하지도 못한 사람이
스스로 공부를 완성했노라고 하는 것은 커다란 거짓말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런
대망어(大妄語)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음주는 그 자체로서 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의 네 가지 계율을 어기는 동기가 되기에 금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치 못할 경우에는 술을 마실 수도 있다.
마시되 취하지 말고, 설혹 취하더라도
네 가지 계율을 범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눈꼽 낀 사람과 눈꼽 끼지 않은 사람이 마주보고 있다.

누가 자신의 눈꼽을 닦아낼까?

출처: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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