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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비유설화] 살기가 힘들다면 왜 고통을 남에게 팔지 않는가
글쓴이 : 용화사 날짜 : 2015-09-15 (화) 23:44 조회 : 660


살기가 힘들다면 왜 고통을 남에게 팔지 않는가



아리제란 나라에 부자라고 소문난 장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창고마다 가득차고 넘치도록
수많은 재물을 쌓아두고 있었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구두쇠였을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베풀 줄 모르는 냉혈한이었다.
그에게는 나이 많은 여종이 한 사람 있었다.
그녀는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쉬지 않고  일했지만,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장자의 무자비한 매질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장자는 그녀에게 추위를 견딜 옷도
제대로 주지 않고, 배불리 먹이지도 않고,
개나 돼지보다도 못하게 취급하며
심하게 부려먹기만 할 뿐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평생토록 이런 대접을 받으며
뼈가 빠지게 일했기 때문에
여종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점점 쇠약해졌다. 
자살하려고 마음먹었던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고
혹독한 매질만  더 늘어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병을 들고 냇가에 물을 길러 나갔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 저절로 설움에 겨워
냇가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통곡했다.
때마침 그 길을 자주 지나다니던 부처님의 제자 가전연이
그녀가 통곡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가전연은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노파여! 왜 이런 곳에서 그리 슬피 울고 있소?”
“스님, 보시는 것처럼 저는 늙고 병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남의 집 종의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벽부터 밤중까지 개, 돼지처럼 쫓기며 부림을 당합니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부실해 항상 헐벗고 굶주림에 시달립니다. 
  이런 저런 제 신세를 돌아보니,
  하도 기가 막혀 눈물이 절로 납니다.“
노파는 자신의 처지를 호소했다.
그 말을 들은 가전연은 말했다.

“그대가 그렇게 살기가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왜 고통을 남에게 팔지 않는가?”
이 말을 들은 노파는 이해가 가지 않아 되물었다.
“아니 이 세상에서 가난과 고통을 어떻게 사고 팔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
 마음먹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사고 팔 수 있다.”
“그렇기만 하다면야 저는 기쁘게 팔겠습니다.
  그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자 가전연은 노파에게 말했다.
“그대가 그럴 의향이 있다면 내가 말하는 대로 하여라. 
  먼저 이 냇물에 깨끗이 목욕을 하여라.“
  노파는 그 말에 따라 냇물에 목욕을 했다.
노파가 물에서 나오자 가전연은 다시 말했다.

“몸이 깨끗해졌으면 이제 보시(布施) 하여라.”
“스님, 보시를 하는 게 좋은 일인 줄은 알지만, 
  제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가난한 신세로 무엇을 보시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제가 들고 있는 이 병도 주인집 물건입니다.“
노파는 점점 당황했다. 
그러자 가전연은
자기가 가진 병을 노파에게 주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 병에다 깨끗한 물을 조금 떠오너라.”
노파는 그 병에다 아주 맑은 물을 떠서 가전연에게 바쳤다.

가전연은 그 물을 받아 노파에게 마음으로 베푸는 법을 말하고,
염불하는 공덕에 대해 설법했다.
“그대는 매일 밤 어디에서 자는가?”
“제가 자는 곳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방앗간에서 자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마굿간에서 잡니다.
  때로는 추운 겨울에 처마밑에서 잠들기도 합니다.“
“노파여, 그렇다고 해도 결코 주인을 원망하거나
  원한을 품지는 말아라.
  주인집 사람들이 다 잠들고 나거든
  기척을 살펴 가만히 문을 열고
  문 안에 깨끗한 자리를 펴고 앉아 염불을 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 일이다.“

“가전연 스님,
  정말 제게 참다운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니 그지없이 감사합니다.”
노파는 가전연에게 마음 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사를 드린 다음
주인집으로 돌아가 그 가르침을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노파는 그날 밤 자는 듯이
염불(念佛)을 하는 자세대로 앉은 채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바로 도리천에 태어났다.

날이 밝아오자 사람들은 그녀가 숨을 거둔 것을 발견했다.
무자비한 주인은 매우 화가 났다.
“이 늙은이가 이제까지
 문 안에서 자는 이런 방자한 짓은 한 적이 없었다.
 하필이면 여기서 자다가 죽었단 말이냐?“
그는 고래고래 고함을 치면서 다른 하인들에게 명령하여
노파의 시체를 새끼줄로 묶어서 길가에다 내다 버리라고 말했다.
도리천에 태어난 노파는
자신이 왜 천상에 있는지 그 까닭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그런 한편, 길가에다 내다 버린 노파의 시체를 본 5백의 천인들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 시신에다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공양했다.
그러자 하늘의 거룩한 광명이 온 천지에 빛났다.
마음이 악한 장자는 어디선가 성스러운 광명이 비치자
그 빛을 따라가 보았더니 바로 노파의 시신이었다.
하늘의 천인들이 내려와 보잘것 없는 여종의 시신에다 
공양을 드리고 있지 않은가?
 “아니 천인들이여,
 이 미천한 여종의 시체에다 무슨 꽃이며 향으로 공양을 드립니까?
 이 노파는 살아서도 천하기 그지없는 종이었을 뿐입니다.“
장자가 이렇게 말하자 천인들은 그의 악행을 나무라며, 
노파가 깨끗한 마음으로 닦은 공덕으로 인해
이미 도리천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 현우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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