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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이야기] 부처님의 전생담 ㅡ 네 그릇의 죽
글쓴이 : 용화사 날짜 : 2014-11-11 (화) 23:04 조회 : 1176

부처님의 전생담 ㅡ 네 그릇의 죽

옛날, 바라나시의 어떤 가난한 집에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는 나이가 들자 큰 상점에 취직을 하여 얼마 되지 않는 임금을 받으며 생활하였다. 어느 날 아침, 사내는 가게에서 식초로 맛을 낸 네 그릇의 죽을 받았다. 그리고 그 죽이 든 냄비를 안고 아직 사람들의 통행이 많지 않은 아침의 거리를 걸어 변두리에 있는 집으로 향하였다. 소금기도 기름기도 없이 그저 식초만으로 맛을 낸 죽은 이 남자의 아침식사로는 최고의 것이었다.

그런데 도시 북쪽 문 가까이 왔을 때였다. 이제 막 열려진 문을 통해서 위의가 엄숙한 네 사람의 수행자가 고요히 발걸음을 옮기며 도시 쪽을 향해서 오는 것이 보였다. 사내는 수행자들이 발우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저 수행자들은 지금부터 도시에서 탁발하실 것임에 틀림없어. 잘됐다. 마침 내게 네 그릇의 죽이 있으니 저 수행자들께 공양해야겠다. 수행자들의 누런 옷은 티끌 하나없이 아침해를 받으며 상쾌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옷자락은 찢어졌고 맨발은 상처투성이여서 아파보였다. 남자는 수행자들에게 다가가 절을 올리고 나서 말하였다.

“수행자들이시여! 저는 여기 식초로 맛을 낸 네 그릇의 죽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디 공양하시기 바랍니다.” 수행자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내는 길가에 모래를 쌓아올려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모래 위에 잎이 달린 나뭇가지를 잘라서 넓게 편 뒤에 수행자들에게 앉으시도록 권하였다. 네 명의 수행자들이 자리에 앉자 타나나무잎을 앞에 펼쳐서 물을 가져와 붓고 잎 위에 놓인 네게의 발우에 죽을 가득 부었다. 소금기도 없고 기름기도 없이 그저 신맛뿐인 죽은 입에 들어가는 즉시 녹아버릴 정도였다. “자, 어서 공양하소서. 아주 담백한 식초 맛이 마음에 드셨으면 합니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아침식사입니다만 제게는 이것이 최고의 음식이랍니다.” 수행자들은 죽이 든 발우를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남김없이 먹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 수행자가 합장하며 남자에게 말했다. “아주 잘 먹었습니다. 당신이 공양하신 죽은

다정

우리들에게도 최고의 아침식사였소. 그 답례로 당신이 다음 세상에 아주 좋은 신분으로 태어나 행복한 일생을 보낼 것을 약속하리다. 부디 이후로도 베푸는 마음을 잊지 말고 올바른 생활을 하시기 바라오.”

다른 세 사람의 수행자들도 그 남자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일어서서 작별을 고한 뒤 하늘 높이 올라 북쪽을 향해서 날아갔다. 이 네명의 수행자는 히말라야산 속의 난다물라 동굴에 살면서 엄격한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은 존귀한 벽지불들이었다. 남자는 벽지불들에게 자신의 죽을 공양올린 것을 평생 잊지 않았다. 이윽고 남자는 죽어서 벽지불의 예언대로 바라나시의 왕가에 왕자로 태어났다. 왕자는 브라흐마닷타라 불리며 태어날 때부터 왕위계승자로 지목되어 길러졌다. 왕자가 일곱 살이 되던 해 봄의 일이었다. 왕궁 뜨락의 보리수 그늘에 앉아서 고요히 생각해 잠겨 있는데 신기하게도 머리 속에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이 가난한 집에 태어났던 일, 그리고 어느날 아침 네 명의 벽지불에게 식초로 맛을 낸 네 그릇의 죽을 공양올린 일들이 차례로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벽지불의 예언대로 왕가의 왕자로 태어났음을 깨달았다. 왕자는 나이가 들자 탓카시라로 유학을 가서 온갖 학문을 두루 배운 뒤에 바라나시로 돌아왔다. 부왕은 매우 기뻐하며 왕자를 부왕의 지위에 부촉하였다. 그리고 왕이 죽은 뒤 왕자는 왕위에 올랐다. 브라흐마닷타왕은 즉위와 동시에 대신들의 권청으로 코살라국의 아주 아름다운 공주를 왕비로 맞이하였다. 그해 즉위기념일과 결혼식이 겹쳐 도시는 이중의 경사에 들떳으니 그 화려함과 흥겨움은 마치 하늘의 도시와도 같았다. 그날 왕은 행렬을 지어서 도시의 큰 길을 행진하였다. 행진을 마친 후 왕은 갖가지 꽃과 황금, 보석으로 치장한 왕궁의 발코니에 올라 하얀 차양 아래 설치된 빛나는 옥좌에 앉았다.

왕은 왕비의 좌우에 늘어선 대신, 바라문, 진상을 하러 온 상인들과 천녀같이 아름답게 장식한 수많은 무용수들을 보고 지금 이런 모든 것이 자신의 수중에 있는 것은 전생에 네 명의 벽지불들에게 올린 네 그릇의 죽 덕분이라고 생각하자 온몸이 기쁨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쁨을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였다.

내가 옥좌에 앉은 것은
네명의 부처에게 베푼
기름기도 없고 소금기도 없이
그저 식초로만 맛을 낸 죽 때문이네.
내 손에 들어있는 소와 말과 코끼리,
재보와 곡물과 영토,
천녀같은 무용수들
모두들 시디신 죽 때문이네.

왕비를 비롯해 왕의 노래를 듣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그 노래의 의미를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이야말로 왕의 기쁨의 노래라고 생각하여 그날 이후 그 노래를 <왕의 기쁨의 노래>라고 명명하였다. 그리고 성의 모든 사람들이 이 노래를 즐겨 부르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왕비는 지금은 아이들까지 따라 부르게 된 그 노래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그리하여 왕에게 가서 물었다. “전하, 저는 전하께 소원이 있습니다.” “왕비여! 나도 이전부터 뭔가 진귀한 선물을 그대에게 주고 싶었소. 무엇이든 말해보시오.” “정말 고맙습니다.” “바라는 것이 무엇이오? 코끼리요, 아니면 말이요, 그렇지 않으면 보석?” “아닙니다. 물건이 아닙니다. 전하의 기쁨의 노래에 담긴 의미를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왕비여! 그런 것을 들어 무엇하게요? 뭔가 다른것을 바라지 않구요?” “다른 것은 필요없습니다. 그 노래에 담긴 의미가 무엇보다도 궁금합니다.” 왕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가 눈을 뜨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좋소! 하지만 그대에게만 이 노래의 의미를 들려줄 수는 없소. 결혼식날에 내가 노래불렀을 때처럼 왕궁의 발코니에 차양을 내걸고 옥좌를 설치한 후에 대신과 바라문, 상인이나 무용수들을 모두 모아서 그 앞에서 노래의 뜻을 말해주리다.” 며칠 후, 왕과 왕비는 발코니에 설치된 하얀 차양 아래, 황금과 보석으로 찬란하게 장식한 옥좌에 나란히 앉았다. 좌우에는 대신과 바라문이, 광장의 자리에는 상인과 수많은 무용수들이 모여서 왕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왕비는 왕을 향해서 정중하게 절을 한 후에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였다.

지혜와 용기로 넘쳐나시는 왕이시여!
지금이야말로 당신의
기쁨의 노래에 담긴 의미를
모두에게 가르쳐 주실 때가 아닌가 합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을 끼얹은 양 조용하게 왕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본 뒤에 왕비의 물음에 답하였다. 흘러나오는 왕의 음성은 힘에 넘쳤으며 또한 우아하고 마음 깊이 스며들어갔다.

전생에도 이 거리에서
나는 살았네.
아주 적은 돈을
땀 흘리며 벌어서 살고 있었네.
어느 날 나는 거리 모퉁이에서
네 명의 수행자를 보았네.
청량한 눈과 얼굴은
드맑은 성자의 바로 그것이었다네.
나는 그분들께 넋을 잃고
나뭇잎을 펼치고 자리를 만들었네.
수행자에게 죽을 공양하면서,
찬란하게 빛나는 수행자에게.
내 지금의 영광은
그 행위에 기인한다네.
죽을 올린 그 일 때문에
나는 나라와 재산을 얻었다네.

“오오, 정말 훌륭한 보시였군요. 선한 행위에는 반드시 선한 결과가 생기는 것입니다. 전하, 지금부터도 부디 보시를 널리 베푸시기 바랍니다.” 왕비는 감탄하여 그렇게 말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왕이시여, 그대가 전생에
이루셨듯이 이 생에서도
청량한 마음으로 보시를 하시고
법을 널리 펼치소서, 나의 왕이여!
왕도 왕비에 답하여 노래불렀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오.
그대와 함께 걸으리라.
올바른 길을 손을 잡고서,
진실한 행복을 얻기 위하여.

왕이 그렇게 노래하면서 문득 왕비의 얼굴을 보니 뭐라 말할 수 없는 기품이 서려 있음을 느꼈다. 어쩌면 왕비 또한 전생에 자신과 같은 선행을 한 인연으로 공주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물었다.

하늘의 여인처럼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그 얼굴은
어쩌면 그대 또한 전생에
뭔가 선행을 쌓았기 때문이리라.
그대도 말해 주시오. 전생의 이야기를.

왕비는 왕의 짐작대로 전생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왕에게 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나의 왕이여!
아득한 옛날, 나는
아무밧타 집안 대저택의
하인이었답니다.
어느 날 내가 먹을 음식을 수행자에게 바친 뒤에
기쁨에 넘쳐난 적이 있었지요.
그 행위로 지금에 이르렀답니다.

왕은 어째서 왕비가 노래의 의미를 알고 싶어했던가를 그제서야 이해하였다. 그리고 같은 전생을 가진 왕비가 전보다도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왕과 왕비의 전생에 행한 보시의 이야기가 끝나자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전생을 상기하려는 듯 잠시 숙연해졌다. 이윽고 왕과 왕비의 선행과 그 과보를 찬양하며 왕의 기쁨의 노래를 칭송하면서 축복의 기도를 올린 후에 집으로 돌아갔다. 왕과 왕비는 그 후 도시의 동서남북 사대문과 도심중앙과 왕궁 성문앞에 여섯군데의 보시당을 세우고 온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보시를 하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수명이 다하는 날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부처님은 이렇게 전생이야기를 마치시고 덧붙여 말씀하셨다. “그때의 그 왕비는 저 라훌라의 어머니요, 그 왕은 곧 나였다.”
<자타카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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